2016.12.09 17:55
주택자본의 중요성
이 책에서 은근히 강조되는 것은 전체 자본 중 주택자본의 중요성이다.
일단 선진국에서 주택의 가치가 전체 자본의 40~60%를 차지한다는 것,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 자본의 회복
(자본소득비율의 반등)이 많은 부분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되면 집이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는 얘기가 헛소리임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당연히 자본소득 중에서도 주거용 부동산의 임대료가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문제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자본소득은 ‘귀속 임대료’일 뿐 실제 현금흐름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세 제도가 일반적인
곳의 경우 자본 이득이 없으면 수익률이 5%는 커녕 2%도 안 나올 수도 있다.
사실, 주택자본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자본의 증가가 주택을 소유한
‘세습 중산층’을 낳았다는 점이라고 피케티는 말한다.
세습 중산층의 부상과 함께 상위 1%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몫은 급격히 감소했으며, 연간 임대 수익으로 안락하게
살 만큼 많은 재산을 보유한 사람의 수 역시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책을 아무리 봐도 왜 하필 20세기에 중산층이 주택자본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뚜렷한 설명은 없다.
다만, 내 생각에는 20세기 들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근로소득에서 일부를 저축하는 것이 가능해진 중산층이
그 축적의 수단으로 가장 친근한 실물 자산인 주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의 발전이 주택자본의 증가를 도운 것은 물론이다.
‘가치있는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주택자본이 과연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본 피케티 비판 중 주택자본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느
나라든 ‘자본(=국부)’중 주택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며,
피케티는 이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21세기 자본’은
정밀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책이 아니라 사실에서 출발한,
바텀-업식의 분석이기 때문이다.